일본은 막고, 한국은 왜 허용하나?

제1부에서 살펴본 미국과 영국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과잉청구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체계를 법적으로 정비하고, 수사 시스템까지 마련해왔다. 그렇다면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?
🇯🇵 일본 – ‘자동차 경미 사고 기준법’으로 명확한 선 긋기
일본은 2018년, 경미사고로 인한 과잉청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자 국토교통성과 후생노동성이 공동으로 ‘자동차 경미 사고 기준 가이드라인’을 발표했다. 이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‘자동차 경미 사고 기준법’ 역할을 한다.
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.
- 충격 강도 기준화: 사고 당시 차량의 충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‘인체에 가해질 수 있는 최대 충격량’을 수치화하여, 진단서 제출 기준을 제한함
- 병원 진단서 엄격 심사: 사고 충격이 기준치 이하일 경우, 병원 진단서 제출 시 의료기관이 별도의 설명서와 책임 서명을 첨부해야 함
- 수리비 과잉 청구 방지: 특정 부위 스크래치나 경미 손상은 전체 교체가 아닌 부분 수리로 유도되며, 이를 위반한 정비업체에 벌금 또는 사업 정지 조치 가능
일본의 이 정책은 병원, 정비소, 보험사 간 데이터 연동 시스템과 함께 작동하고 있다. 특히, 보험사의 공동 네트워크를 통해 의심 거래 내역을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사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.
한국, 왜 이렇게까지 허용되었을까?
한국은 ‘경미사고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. 이는 곧 피해 주장자의 판단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뜻이다. 병원은 보험청구를 이유로 쉽게 진단서를 끊어주고, 정비업체는 고객의 보험처리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전체 교체를 권유한다. 정작 보험사는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.
게다가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병원-보험사-정비소 간 정보 공유가 사실상 단절돼 있다. 즉, 서로가 무엇을 청구했는지 알지 못하고, 사후 적발에 의존하게 된다. 이 구조는 결국 악용되기 쉽다.
해법은? 경미사고 '공동 대응 시스템'과 법제화
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험사 내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. 병원, 정비업체, 보험사가 공동으로 기준을 만들고, 이 기준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자동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.
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.
- 경미사고 기준법 제정
- 차량 속도, 충돌 감지 데이터를 기준으로 상해 진단의 가능 여부를 법적으로 명시
- 경미사고 수리범위의 표준화 (예: 외판 부품은 ‘도색 우선’, 교체는 예외 적용)
- 정비업체·병원의 책임 연계
- 과잉 청구가 적발될 경우 보험사뿐 아니라, 해당 병원·정비소도 책임을 지도록 명시
- 사기 방지 공조 협약 체결
- 자동차 보험사기 전담기구 설립(SIU 국가 연합)
- 보험사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
- 의심 진단서, 수리내역, 병원 및 업체 정보 실시간 공유
- 정보보호법 개정 또는 예외 조항 마련
- 의료기관, 정비소, 보험사 간 ‘사기 방지 목적’에 한해 정보 공유 가능하도록 제한적 예외 조항 신설
마무리하며: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‘정직한 시민’
경미한 사고에도 누군가는 ‘기회’를 보고, 누군가는 ‘돈’을 요구한다. 그러나 그 비용은 결국 정직한 시민들의 보험료로 메워진다. 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이미 법적·제도적 대비를 마쳤고, 한국도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다가왔다.
경미사고, 더 이상 ‘경미하지 않은’ 사회문제다.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차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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